마리아나해구의 해저 퇴적층은 과거의 지구 환경을 어떻게 기록할까?
마리아나해구의 바닥에는 오랜 시간 동안 광물 입자와 생물의 잔해, 화산에서 기원한 물질, 유기탄소 등이 쌓여 왔습니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심해의 진흙처럼 보이지만, 과학자들에게 이러한 퇴적층은 과거의 지구 환경을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자연 기록물입니다.
퇴적층의 연대와 광물 조성, 탄소 동위원소, 유기물 함량 등을 분석하면 과거 서태평양의 환경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추적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마리아나해구와 같은 초심해 해구에서는 주변 사면에서 이동한 물질까지 깊은 곳으로 집중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심해 평원과는 퇴적 과정 자체가 다를 수 있으며, 퇴적층을 해석할 때도 여러 종류의 증거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마리아나해구의 퇴적층이 중요한 이유
바다에서는 끊임없이 물질이 이동합니다. 해양 생물이 만든 유기물과 생물의 잔해가 아래로 가라앉고, 대륙에서 발생한 미세한 먼지는 대기를 통해 먼 바다까지 이동합니다. 화산에서 분출된 물질도 바다로 들어가며 이미 해저에 쌓였던 퇴적물이 다시 이동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물질이 장기간 축적되면서 해저에는 여러 층의 퇴적물이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마리아나해구에서는 단순히 ‘아래쪽 퇴적물이 오래되고 위쪽이 새롭다’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지진이나 사면 붕괴 등의 영향으로 오래된 퇴적물이 다시 이동해 더 깊은 곳에 쌓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은 퇴적 코어를 어떻게 연구할까?
퇴적층 연구의 기본 자료는 ‘퇴적 코어(sediment core)’입니다.
긴 원통형 장비를 해저 퇴적물에 삽입해 여러 깊이의 퇴적층을 가능한 한 원래 순서대로 채취합니다.
채취된 코어는 선박이나 연구실에서 절개한 뒤 색깔과 질감, 입자의 크기, 층의 경계 등을 기록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시료를 나누어 분석합니다. NOAA Ocean Exploration의 실제 탐사에서도 퇴적 코어의 색과 질감을 기록하고 2cm 간격으로 시료를 나누는 과정이 사용됐습니다.

사진 출처: NOAA Ocean Exploration / Credit: Hamdan Lab
원문: Processing a Sediment Core
퇴적층의 나이는 어떻게 알아낼까?
퇴적층을 과거 환경의 기록으로 이용하려면 가장 먼저 ‘언제 쌓였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수천 년에서 수만 년 규모의 유기물 연대를 조사할 때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방사성탄소(14C) 분석입니다.
2024년 남부 마리아나해구의 MT03 코어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총유기탄소의 방사성탄소 연령이 약 7,159~22,662년, 장쇄 지방산에서는 약 8,713~22,819년 범위로 보고됐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자료를 이용해 해당 코어의 보수적인 퇴적률을 1,000년당 약 17.5~18.7cm로 추정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수치가 마리아나해구 전체의 평균적인 퇴적률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정 위치에서 채취한 코어의 결과이므로 다른 지역에서는 퇴적 속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더 오래된 퇴적층에서는 과거 지구 자기장의 변화를 이용하는 자기층서학이나 특정 동위원소 분석, 광물의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측정 등 다른 방법도 활용됩니다.
수심 약 8,300m에서 발견된 마지막 빙하기의 흔적
2023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챌린저 딥 남쪽 사면의 수심 약 8,300m에서 채취한 길이 약 3.2m의 MT03 퇴적 코어가 분석됐습니다.
퇴적물에서는 석영, 장석, 운모, 황철석, 인회석과 여러 점토광물이 확인됐습니다.
특히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스멕타이트(smectite)와 일라이트(illite)라는 점토광물이었습니다.
연구에서는 스멕타이트를 주로 화산성 물질과 연결하고, 일라이트는 아시아 대륙에서 바람을 타고 서태평양까지 이동한 먼지의 영향을 반영할 수 있는 지표로 해석했습니다.
마지막 빙하기 최성기에는 일라이트/스멕타이트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즉, 수심 8km가 넘는 마리아나해구의 퇴적물에서도 과거 대기와 물질 이동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륙에서 날아온 먼지가 심해 환경에도 영향을 줄까?
대륙에서 날아온 먼지는 단순히 해저에 쌓이는 광물 입자에 그치지 않습니다.
먼지에는 철을 비롯한 여러 성분이 포함될 수 있으며, 이러한 물질은 해양의 생물 생산성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MT03 코어 연구에서는 마지막 빙하기 최성기에 대기 기원 물질의 증가와 함께 규조류가 번성하고 층상 규조류 매트가 형성된 흔적이 보고됐습니다.
많은 유기물이 해저에 퇴적된 뒤 분해되면 퇴적물 내부의 산소가 소비됩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과정이 산소가 부족한 환경을 형성하고 자생 황철석의 생성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따라서 광물의 종류뿐 아니라 유기탄소와 황철석 같은 지화학적 지표까지 함께 조사하면 과거 심해의 환경 변화를 보다 구체적으로 추론할 수 있습니다.
마리아나해구의 유기탄소는 어디에서 왔을까?
과학자들은 총유기탄소와 총질소의 비율, 탄소 안정동위원소인 δ13C, 방사성탄소 14C 등을 이용해 퇴적물 속 유기탄소의 기원을 조사합니다.
남부 마리아나해구 MT03 코어에서는 총유기탄소 δ13C 값이 약 -19.9‰~-17.0‰, 총유기탄소와 총질소의 비율이 5.5~8.4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자료를 근거로 해당 퇴적 유기탄소가 주로 해양 기원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해구의 유기탄소가 모두 바다 표면에서 바로 떨어진 새로운 물질인 것은 아닙니다.
주변 사면에 먼저 쌓여 있던 오래된 유기물이 다시 이동해 더 깊은 해구로 운반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물질은 ‘pre-aged organic carbon’, 즉 이미 오래된 유기탄소라고 표현됩니다.
마리아나해구는 탄소가 모이는 장소가 될 수 있다
MT03 코어 연구에서 추정된 유기탄소 축적률은 1,000년 동안 1㎡당 약 529~942g C였습니다.
연구진은 해구의 가파른 지형을 따라 주변의 퇴적물과 유기탄소가 이동하면서 깊은 곳에 집중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마리아나해구는 단순히 바다에서 떨어지는 물질을 받아들이는 장소가 아니라 주변에서 이동한 물질까지 모이는 일종의 지형적 퇴적물 함정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위치와 사면의 경사, 해저 지형, 퇴적물 공급 경로 등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연구 결과를 마리아나해구 전체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퇴적층은 직접 채취하지 않고도 볼 수 있다
연구선에서는 퇴적 코어뿐 아니라 서브바텀 프로파일러(sub-bottom profiler)라는 장비도 사용합니다.
이 장비는 낮은 주파수의 음파를 해저로 보내고 해저 아래 서로 다른 퇴적층에서 반사되어 돌아오는 신호를 분석합니다. 이를 통해 퇴적층의 두께와 구조, 해저 아래에 숨어 있는 지질구조 등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NOAA Ocean Exploration
Credit: NOAA Ocean Exploration, 2021 North Atlantic Stepping Stones
원문: Sediment Layers Seen in Sub-Bottom Profiler Data
작은 광물 하나가 수천만 년 전의 지질활동을 기록한다
퇴적물 연구가 보여주는 시간의 범위는 수만 년에 그치지 않습니다.
퇴적물에 포함된 특정 광물 자체의 연대를 측정하면 훨씬 오래된 지질학적 사건까지 추적할 수 있습니다.
2024년 Litho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챌린저 딥을 포함한 남부 마리아나해구 퇴적물에 포함된 저어콘(zircon), 금홍석(rutile), 인회석(apatite) 등의 광물이 분석됐습니다.
저어콘의 우라늄-납(U-Pb) 연대 분석에서는 약 5,030만 년 전의 초기 호 화성활동과 연결되는 기록이 확인됐습니다.
또 다른 저어콘 집단에서는 약 1,680만 년 전과 1,100만 년 전, 금홍석에서는 약 1,900만 년 전의 연대가 보고됐습니다.
현재 마리아나해구 바닥에 존재하는 작은 광물 입자가 수천만 년 전 이 지역에서 일어난 지질활동의 단서를 보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깊은 곳의 퇴적물일수록 무조건 오래됐을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인 퇴적층에서는 아래쪽이 위쪽보다 오래된 경우가 많지만 마리아나해구에서는 이 원칙만으로 연대를 판단하면 오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지진이나 사면 붕괴, 저탁류 등에 의해 주변의 오래된 퇴적물이 한꺼번에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연대의 물질이 섞이거나 짧은 시간에 두꺼운 퇴적층이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코어의 깊이만으로 연대를 판단하지 않고 퇴적구조와 방사성탄소 연대, 광물 조성, 동위원소 등 여러 증거를 함께 비교합니다.
하나의 분석 결과만으로 과거 환경을 결정하지 않는다
전문적인 고환경 연구에서는 하나의 지표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입도 분석은 퇴적물 입자의 크기와 운반 과정을 조사하고, 광물 분석은 석영·장석·점토광물 등의 기원을 추적합니다.
δ13C 분석은 유기탄소의 기원을 조사하는 데 활용되며, 14C 분석은 비교적 젊은 유기물의 연대를 추정하는 데 사용됩니다.
더 오래된 지질학적 사건을 연구할 때는 자기층서와 U-Pb 연대측정 같은 방법도 활용됩니다.
서로 독립적인 여러 자료가 비슷한 변화를 가리킬 때 과거 환경에 대한 해석의 신뢰도가 높아집니다.
연구 결과의 불확실성도 중요한 정보다
심해 퇴적층 연구에서 하나의 숫자가 제시됐다고 해서 그 값이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퇴적률이 매우 낮은 코어에서는 짧은 기간의 환경 변화를 세밀하게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퇴적물이 재이동했다면 하나의 깊이에서도 서로 다른 시기의 물질이 발견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여러 종류의 연대 자료와 광물·동위원소·지화학 자료를 교차 검증합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함께 제시하는 것은 연구의 약점이 아니라 과학적인 해석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마리아나해구의 퇴적물은 모두 바다 표면에서 가라앉은 것인가요?
아닙니다. 수직으로 가라앉은 물질뿐 아니라 주변 사면에 먼저 쌓였다가 다시 이동한 퇴적물도 해구 내부에 축적될 수 있습니다.
마리아나해구 퇴적물은 얼마나 오래됐나요?
하나의 연대로 말할 수 없습니다. 수천 년에서 수만 년 규모의 퇴적 기록을 연구할 수 있으며, 퇴적물에 포함된 특정 광물에서는 수천만 년 전 지질활동의 연대가 확인되기도 합니다.
퇴적 코어 하나만으로 과거 기후를 정확하게 알 수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연대측정과 광물 조성, 동위원소, 유기탄소, 원소 분석 등 여러 독립적인 자료를 함께 비교해야 합니다.
마리아나해구가 탄소 연구에서도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파른 해구 지형을 따라 주변에서 이동한 퇴적물과 유기탄소가 깊은 곳에 집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초심해 해구가 장기간의 해양 탄소 저장과 순환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장소입니다.
마무리
마리아나해구의 퇴적층은 단순히 깊은 바다에 쌓인 진흙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대륙에서 날아온 먼지, 화산에서 기원한 광물, 해양 생물이 만든 유기물, 주변 사면에서 이동한 오래된 탄소와 수천만 년 전에 형성된 광물까지 서로 다른 시간의 흔적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퇴적 코어를 채취하고 방사성탄소 연대측정, 탄소 안정동위원소 분석, 점토광물 분석, 자기층서, U-Pb 연대측정 등의 방법을 결합해 이 기록을 해석합니다.
특히 최근 연구는 마리아나해구가 단순히 물질이 최종적으로 가라앉는 장소가 아니라 주변에서 이동한 오래된 유기탄소가 집중될 수 있는 독특한 초심해 환경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시에 심해 퇴적층은 완벽한 연대표가 아닙니다. 퇴적물의 재이동과 퇴적률, 연대모델의 불확실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이처럼 여러 독립적인 증거를 연결해 깊은 바다의 과거를 복원하는 과정이 현대 해양지질학에서 마리아나해구의 퇴적층을 연구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참고자료
Li, D.-W. et al. (2024). Continuous deposition of pre-aged organic carbon in the southern Mariana Trench since the last deglaciation. Chemical Geology, 662, 122212.
Lai, W. et al. (2023). Mineralogy of sediments in the Mariana Trench controlled by environmental conditions of the West Pacific since the Last Glacial Maximum. Journal of Asian Earth Sciences, 245, 105553.
Yang, M. et al. (2024). Tectonic and magmatic evolution of the southernmost Mariana convergent margin: Constraints from geochronology and geochemistry of the Challenger Deep sediments. Lithos, 488–489, 107796.
NOAA Ocean Exploration — Processing a Sediment Core.
NOAA Ocean Exploration — Sediment Layers Seen in Sub-Bottom Profiler D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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