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formation provider information provider

마리아나해구의 물속에는 어떤 압력파와 지진파가 존재할까?

hankj9 읽는 시간 약 15분

마리아나해구는 태평양판이 필리핀해판 아래로 섭입하는 거대한 판 경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해구 주변에서는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하며, 지진에서 방출된 에너지는 해저 암석뿐 아니라 그 위의 바닷물에도 전달됩니다.

하지만 해저 지진이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모든 파동을 단순히 ‘소리’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암석 내부를 통과하는 지진파와 바닷물 속을 이동하는 압력파는 서로 다른 물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해저에서 발생한 지진 에너지의 일부가 바닷물 속 음향 에너지로 변환되면 T파(T-phase)라고 불리는 신호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신호는 수중청음기(hydrophone)를 이용해 관측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연구진은 마리아나해구의 챌린저 딥에 심해용 수중청음기를 설치해 지진과 고래, 선박, 태풍 등에서 발생한 다양한 음향 신호를 기록했습니다.

지진이 발생하면 어떤 파동이 만들어질까?

지진은 암석에 축적되어 있던 응력이 갑자기 해소되면서 발생합니다. 이때 방출된 에너지는 주변 암석을 진동시키며 여러 종류의 지진파를 만들어냅니다.

대표적인 지진파에는 P파(Primary wave)와 S파(Secondary wave)가 있습니다.

P파는 물질을 파동의 진행 방향으로 압축하고 팽창시키면서 이동하는 종파입니다. 고체뿐 아니라 액체와 기체에서도 전달될 수 있습니다.

반면 S파는 물질을 파동의 진행 방향과 수직으로 흔드는 전단파입니다. 액체는 이러한 전단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S파는 바닷물 내부를 지진파 형태로 그대로 이동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해저 아래에서 발생한 지진 에너지가 해저면에 도달하면 일부는 암석 내부를 계속 이동하고, 일부는 반사되며, 또 일부는 바닷물 속의 압력 변화로 변환될 수 있습니다.

지진파가 바닷물과 만나면 어떻게 될까?

해저 아래 암석을 이동하던 지진파가 해저면에 도달하면 암석과 바닷물이라는 서로 다른 물질의 경계를 만나게 됩니다.

이때 지진 에너지의 일부가 바닷물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물에서는 압축과 팽창에 의한 압력 변화가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지진 에너지의 일부가 수중 음향파(hydroacoustic wave)로 변환됩니다.

여기서 지진파와 수중 음향파는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진파는 주로 암석의 탄성 변형을 통해 이동하지만, 수중 음향파는 바닷물의 미세한 압축과 팽창이 연속적으로 전달되면서 이동합니다.

즉 하나의 해저 지진에서 발생한 에너지가 지각과 해양이라는 서로 다른 환경을 지나면서 다른 형태의 파동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입니다.

T파는 무엇일까?

해양 지진 연구에서 중요한 신호 가운데 하나가 T파(T-phase 또는 T-wave)입니다.

T파는 해저 지진이나 해저 화산활동에서 발생한 지진 에너지의 일부가 바닷물 속 음향 에너지로 변환되어 전달되는 신호입니다.

모든 해저 지진이 동일한 크기의 T파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지진의 위치와 깊이, 해저 지형, 지진파가 해저면에 도달하는 조건 등에 따라 바닷물로 전달되는 에너지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바닷물 속 음파의 속도는 수온과 염분, 압력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초당 약 1.5km 정도입니다.

암석 내부를 이동하는 P파보다는 느리지만, 해양에는 음향 에너지가 먼 거리까지 전달될 수 있는 환경이 존재하기 때문에 T파는 해저 지진을 관측하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챌린저 딥에 실제로 수중청음기를 설치했다

NOAA Pacific Marine Environmental Laboratory(PMEL) 연구진은 마리아나해구의 챌린저 딥에 극심한 수압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Full Ocean Depth Hydrophone을 설치했습니다.

챌린저 딥은 수심이 약 11km에 이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해양 관측장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장비는 1,000기압이 넘는 압력을 견디면서 음향 신호를 기록할 수 있어야 합니다.

NOAA 연구진은 수중청음기와 정밀 압력센서 등을 계류장비에 설치해 챌린저 딥의 수중 음향환경을 조사했습니다.

마리아나해구 챌린저 딥에 심해 수중청음기를 투입하는 모습
2015년 7월 28일 Full Ocean Depth Hydrophone을 마리아나해구 챌린저 딥에 투입하는 모습입니다. 붉은색 부력구와 연결된 계류장비가 바다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NOAA Pacific Marine Environmental Laboratory(PMEL)
Photo Credit: Oregon State University
원문: PHOTO-Challenger-Deep-Deploy-July-2015.jpg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는 정말 조용할까?

수심 10km가 넘는 챌린저 딥은 인간 활동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매우 조용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NOAA의 실제 관측 결과는 달랐습니다.

연구진은 챌린저 딥에서 지진 신호뿐 아니라 수염고래의 발성, 선박에서 발생하는 소음, 능동 소나와 태풍에 의해 발생한 소리까지 기록했습니다.

특히 NOAA가 공개한 관측 결과에는 규모 5.0 지진에서 발생한 음향 신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지구에서 가장 깊은 해양 환경에서도 지진에서 발생한 에너지가 바닷물 속으로 전달되고 실제 수중청음기를 통해 관측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실제 챌린저 딥 관측장비는 어떻게 바다에 설치할까?

심해 수중청음기를 단순히 바다에 떨어뜨리는 것은 아닙니다.

수중청음기와 압력센서, 부력구, 회수용 장치 등을 하나의 계류 시스템으로 구성한 뒤 연구선의 크레인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바다로 내려보냅니다.

장비가 해저에 도달하면 일정 기간 데이터를 기록하고, 관측이 끝난 뒤에는 음향 신호를 이용한 해제장치 등을 작동시켜 장비가 수면으로 올라오도록 설계할 수 있습니다.

미국 해안경비대 선박에서 챌린저 딥 수중청음기 계류장비를 투입하는 모습
미국 해안경비대 선박 Sequoia에서 수중청음기와 계류장비를 크레인을 이용해 바다로 투입하는 모습입니다. 실제 마리아나해구 챌린저 딥 관측에 사용된 장비입니다.
사진 출처: NOAA Pacific Marine Environmental Laboratory(PMEL)
원문: Acoustics_Challenger Deep 2.jpg

바다에는 소리가 멀리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있다

바닷물 속 음속은 모든 깊이에서 동일하지 않습니다.

수온과 압력, 염분이 변하면 음속도 달라집니다.

해양의 일정한 깊이에서는 위쪽이나 아래쪽보다 음속이 상대적으로 낮은 영역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SOFAR 채널(Sound Fixing and Ranging channel)입니다.

음파가 이러한 영역으로 들어가면 굴절을 반복하면서 해수면이나 해저로 쉽게 빠져나가지 않고 수평 방향으로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해저 지진에서 발생한 음향 에너지도 적절한 조건에서 이러한 해양의 음향 전달 특성을 이용해 먼 거리까지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수중청음기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해저에서 발생하는 지진과 화산활동을 연구하는 데 활용됩니다.

P파와 T파는 어떻게 구별할까?

하나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관측장비에는 서로 다른 경로를 이동한 여러 신호가 도착할 수 있습니다.

P파는 지구 내부의 암석을 통해 빠르게 이동합니다.

반면 T파는 지진 에너지의 일부가 바닷물의 음향 에너지로 변환된 뒤 해양을 통해 이동하기 때문에 전달 경로와 속도가 다릅니다.

연구자들은 신호가 도착한 시간과 주파수, 지속시간과 파형 등을 비교해 각각의 신호가 어떤 경로를 통해 관측장비에 도달했는지를 분석합니다.

따라서 수중청음기는 단순히 바닷속 소리를 녹음하는 마이크가 아니라 해저 지질활동을 연구하는 지구물리학적 관측장비로도 활용됩니다.

T파와 쓰나미는 같은 현상일까?

T파와 쓰나미는 서로 다른 현상입니다.

T파는 바닷물의 압축과 팽창을 통해 이동하는 수중 음향 신호입니다.

반면 쓰나미는 해저의 큰 변위 등으로 인해 거대한 물기둥이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장주기 중력파입니다.

따라서 수중청음기에서 강한 지진 관련 음향 신호가 기록됐다고 해서 반드시 쓰나미가 발생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쓰나미 위험을 평가하려면 지진의 규모뿐 아니라 진원의 깊이, 단층 운동 방식, 해저의 수직 변위와 실제 해수면 변화 등을 함께 분석해야 합니다.

지진계와 수중청음기는 무엇이 다를까?

해저 지진을 연구할 때는 한 종류의 장비만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진계(seismometer)는 지반 자체의 움직임을 측정합니다.

수중청음기(hydrophone)는 바닷물 속의 압력 변화를 음향 신호로 기록합니다.

정밀 압력계는 해수 압력의 변화를 측정해 수심이나 장주기 해수면 변화 등을 연구하는 데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비의 자료를 함께 분석하면 하나의 지진에서 발생한 에너지가 지각과 해양으로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조사할 수 있습니다.

챌린저 딥의 정확한 깊이 측정에도 압력센서가 사용됐다

NOAA의 챌린저 딥 관측에서는 수중청음기와 함께 고정밀 압력센서도 사용됐습니다.

2017년 NOAA가 발표한 연구에서는 센서 자료를 이용해 10,854.7m라는 깊이 값이 산출됐습니다.

이 측정은 챌린저 딥에서 이루어진 드문 직접 수심 측정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즉 하나의 심해 계류장비가 바닷속 소리를 기록하는 동시에 엄청난 수압을 측정해 해구의 깊이를 연구하는 데에도 활용된 것입니다.

마리아나해구에서 압력파 연구가 중요한 이유

마리아나해구 주변은 활발한 판 운동이 일어나는 지역이지만 대부분의 지진 발생지역은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육상 지진관측소만으로 작은 해저 지진이나 해저 화산활동을 세밀하게 관측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수중청음기는 이러한 관측의 빈틈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진이나 화산활동에서 발생한 음향 신호가 해양을 통해 먼 거리까지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심해의 지질활동을 원격으로 조사할 수 있습니다.

지진계와 수중청음기, 압력계 등 서로 다른 장비에서 얻은 자료를 함께 분석하면 지진의 발생과 에너지 전달 과정을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리아나해구의 바다는 완전히 고요하지 않다

마리아나해구처럼 수심 10km가 넘는 환경에서는 해수면에서 발생하는 현상의 영향이 거의 없을 것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관측에서는 지진뿐 아니라 고래와 선박, 소나, 태풍 등 매우 다양한 신호가 챌린저 딥에서 기록됐습니다.

이는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도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지구 내부에서 발생한 지진, 해양 생물의 활동, 해수면의 기상현상과 인간의 선박 활동에서 만들어진 에너지가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깊은 바다까지 전달될 수 있습니다.

마리아나해구의 수중 음향환경을 장기간 관측하는 것은 이러한 자연적·인공적 신호가 심해까지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마리아나해구에서는 지진 소리를 실제로 기록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NOAA 연구진은 챌린저 딥에 심해용 수중청음기를 설치했으며 규모 5.0 지진을 포함한 지진 관련 음향 신호를 실제로 기록했습니다.

P파와 T파는 같은 파동인가요?

아닙니다. P파는 주로 지구 내부를 이동하는 지진파이고, T파는 지진 에너지의 일부가 바닷물 속 음향 에너지로 변환되어 전달되는 신호입니다.

S파는 바닷물 속을 이동할 수 있나요?

S파는 전단파이기 때문에 액체인 바닷물 내부에서는 지진파 형태로 그대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다만 해저 경계에서 지진 에너지의 일부가 다른 형태의 파동으로 변환될 수 있습니다.

T파가 관측되면 쓰나미가 발생했다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T파는 수중 음향 신호이고 쓰나미는 대규모 해수의 움직임과 중력이 관련된 장주기 파동입니다. 두 현상의 발생 원리와 전달 방식은 다릅니다.

왜 수중청음기를 지진 연구에 사용하나요?

해저 지진에서 발생한 음향 신호가 바다를 통해 먼 거리까지 전달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육상 지진계와 수중청음기의 자료를 함께 사용하면 해저 지진활동을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관측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마리아나해구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에너지는 하나의 형태로만 이동하지 않습니다.

지각 내부에서는 P파와 S파 같은 지진파가 전달되고, 지진 에너지의 일부가 해저와 바닷물의 경계를 지나면 수중 음향파로 변환될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T파는 해저 지진과 화산활동에서 발생한 에너지가 바닷물 속 음향 신호로 전달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NOAA가 챌린저 딥에서 실시한 실제 관측에서는 지진뿐 아니라 고래의 발성, 선박 소음, 능동 소나와 태풍에서 발생한 신호까지 기록됐습니다.

또한 수중청음기와 함께 설치된 정밀 압력센서는 챌린저 딥의 깊이를 직접 측정하는 데에도 활용됐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마리아나해구가 단순히 세계에서 가장 깊은 장소라는 사실을 넘어 지구 내부에서 발생한 에너지가 해저를 지나 바다로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장소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해저 지진계와 심해 수중청음기, 정밀 압력계의 관측자료가 더욱 축적되면 마리아나해구에서 발생하는 작은 지진과 해저 화산활동, 그리고 지각과 해양 사이의 에너지 전달 과정도 더욱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자료

Dziak, R. P. et al. (2017). Ambient Sound at Challenger Deep, Mariana Trench. Oceanography, 30(2).

Dziak, R. P. et al. (2015). Deployment and recovery of a full-ocean depth mooring at Challenger Deep, Mariana Trench. OCEANS 2015 MTS/IEEE.

NOAA Pacific Marine Environmental Laboratory(PMEL). NOAA brings back first recordings from the deepest part of the ocean.

NOAA Pacific Marine Environmental Laboratory(PMEL). PHOTO-Challenger-Deep-Deploy-July-2015.jpg.

NOAA Pacific Marine Environmental Laboratory(PMEL). Acoustics_Challenger Deep 2.jpg.

hankj9

hankj9
함께 보면 좋은 글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