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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 11,000m 심연에 새겨진 인류의 지문: 마리아나 해구 플라스틱 오염과 신종 단각류의 비극

hankj9 읽는 시간 약 11분

빛조차 닿지 않는 암흑, 대기압의 1,100배에 달하는 파괴적인 수압, 영하에 가까운 차가운 수온. 지구상에서 인간의 손길이 가장 닿기 힘든 미지의 영역을 꼽으라면 단연 마리아나 해구(Mariana Trench)의 최심부인 수심 11,000m 챌린저 해연(Challenger Deep)일 것이다.

달 표면을 밟은 우주비행사보다 이곳 바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인간의 수가 더 적을 정도로, 심해 해구는 오랜 세월 동안 지구상에서 가장 순결하고 원시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성역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현대 해양 탐사선과 무인 잠수정의 고해상도 카메라가 비춘 바닥의 실상은 인류에게 씻을 수 없는 부끄러움을 안겨주었다. 수억 년 동안 진화해 온 기괴하고 아름다운 심해 생물들 사이로 나뒹구는 플라스틱 비닐봉지와 과자 봉지, 그리고 체내에 미세플라스틱을 가득 품은 채 발견된 신종 심해 생물의 존재가 그것이다.

수많은 미디어는 이를 두고 단순히 “인류의 쓰레기가 심해까지 오염시켰다”는 식의 감상적인 환경 캠페인 수준으로 소비하고 만다.

하지만 해양물리학과 지구화학의 시각에서 마리아나 해구의 오염은 훨씬 더 구조적이고 치명적인 시스템의 결함을 드러낸다. 해구는 오염물질이 스쳐 지나가는 통로가 아니라, 전 지구 해양 오염물질이 영구히 고여 빠져나가지 못하는 ‘거대한 궁극의 침전조(Ultimate Sink)’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해구 퇴적층의 오염 농도를 실측한 학술 논문 데이터를 면밀히 비교 분석하고, 심해 플라스틱 순환을 바라보는 필자 본인의 비판적 고찰을 제시하고자 한다.

심해7

수심 수천 미터 심해 바닥에서 관측된 비닐 폐기물 실물 (출처: NOAA / JAMSTEC)

1. 수심 10,928m의 충격: 에베레스트 정상보다 먼 심연에 도달한 쓰레기

2019년 5월, 미국의 해양 탐험가 빅터 베스코보(Victor Vescovo)는 유인 잠수정 리미팅 팩터(Limiting Factor) 호를 타고 마리아나 해구 챌린저 해연 바닥인 10,928m 지점에 단독 도달하며 인류 잠항 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은 탐험의 영웅적 서사가 아니었다. 잠수정 조종석의 관측창 너머로 포착된 황당한 물체, 바로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플라스틱 포장지 봉지와 캔 사탕 껍질이었다.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가 구축한 심해 잔해 데이터베이스(Deep-sea Debris Database)의 통계는 더욱 참담하다.

  • 지난 30년간 수집된 5,000회 이상의 잠수 조사 영상 중 관측된 심해 폐기물의 33% 이상이 거대 플라스틱(Macro-plastics)이었으며, 그중 89%는 비닐봉지나 일회용 용기 같은 단회성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이었다.
  • 특히 수심 6,000m 이상의 초심해대(Hadal zone)에서 발견된 쓰레기의 비율은 얕은 심해저보다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자연 상태의 유기물이라면 수개월 내에 분해되었겠지만, 자외선이 전무하고 수온이 1~2℃에 불과하며 산소 순환이 지체되는 초심해 환경에서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같은 고분자 합성수지는 사실상 영구히 분해되지 않는 ‘영겁의 화석’으로 박제된다.

2. 쟁점 1: ‘유리스테네스 플라스티쿠스’의 학명에 새겨진 과학적 고발

2020년, 영국 뉴캐슬 대학교의 앨런 제이미슨(Alan Jamieson) 교수 연구팀은 마리아나 해구 수심 6,000~7,000m 부근에서 채집한 신종 단각류(심해 옆새우류)에 파격적인 학명을 부여하여 전 세계 학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 이름은 바로 ‘유리스테네스 플라스티쿠스(Eurythenes plasticus)’였다.

[논문 데이터로 입증된 미세플라스틱 체내 축적]

연구팀이 학술지 Zootaxa에 발표한 해부 데이터는 명백했다.

  • 채집된 신종 단각류의 소화관 내부를 라만 분광법(Raman spectroscopy)으로 분석한 결과, 일반적인 플라스틱 물병이나 합성 섬유 의류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미세 섬유가 명확히 검출되었다.
  • 표본으로 포획된 개체의 80% 이상에서 체내 미세플라스틱 섭식이 확인되었으며, 심지어 10,890m 챌린저 해연 바닥에서 채집된 단각류 표본에서는 미세플라스틱 검출률이 100%에 달했다.

[필자의 비판적 분석: 기회주의적 포식자가 마주한 생태학적 덫]

이 연구 결과를 두고 일부에서는 “심해 생물이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했다”고 단순 서술하지만, 이는 초심해대의 생태역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피상적인 해석이다.

해구 밑바닥에 사는 청소 동물(Scavenger)들은 표층에서 가랑비처럼 떨어지는 유기물 잔해(마린 스노우)나 가라앉은 동물의 사체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이 가혹한 결핍의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 단각류들은 “눈앞에 떨어지는 모든 입자를 의심 없이 삼켜 에너지를 추출하는 기회주의적 섭식(Indiscriminate feeding)”을 진화시켰다.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바다 표층에서 박테리아와 조류가 엉겨 붙으며 미세한 생체막(Biofilm)을 형성하고, 침강 속도가 빨라져 마린 스노우와 완벽히 동일한 물리화학적 신호를 내뿜으며 해구로 떨어진다. 즉, 플라스틱은 수억 년 동안 심해 생물이 구축해 온 가장 완벽한 생존 전략(무차별 여과 섭식)을 역이용하여 체내 장기를 물리적으로 틀어막는 가장 잔인한 ‘진화적 덫’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3. 쟁점 2: 깔때기 효과(Funnel Effect)와 영구 오염 퇴적 메커니즘

해양물리학계의 최신 연구들은 마리아나 해구가 단순히 쓰레기가 흘러 들어가는 수동적인 장소가 아니라, 주변 수천 킬로미터 대양의 미세 오염물질을 빨아들여 농축시키는 ‘해양의 거대한 깔때기(Funnel)’ 역할을 한다는 점을 규명했다.

[해구의 지형학적 포집 역학]

  • V자 형태로 가파르게 깎아지른 해구의 양쪽 사면 지형은 심해 조류와 지진성 저탁류(Turbidity currents)를 해구 최심부 축(Axis)으로 수렴시킨다.
  • 대양 표층에서 침강한 오염 입자들은 넓은 심해 평원에 고르게 분산되지 않고, 경사면을 따라 굴러떨어지며 가장 깊은 V자 협곡 바닥으로 강제 집적된다.
  • 실제로 중국과학원(CAS) 연구팀의 2018년 Geochemical Perspectives Letters 논문에 따르면, 마리아나 해구 최심부 퇴적물 1리터당 검출된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일반 대양 저서층보다 수십 배에서 수백 배 높은 수천 개/L 수준에 달했다.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과의 복합 독성]

더욱 치명적인 사실은 플라스틱이 가진 화학적 ‘스펀지’ 특성이다.

  • 폴리머 표면은 주변 해수에 희석되어 떠돌던 고농도의 살충제(DDT), 폴리염화비페닐(PCB) 같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을 강력하게 흡착한다.
  • 앨런 제이미슨 교수팀의 2017년 Nature Ecology & Evolution 논문에 따르면, 마리아나 해구 단각류의 지방 조직에서 검출된 PCB 농도는 중국의 극도로 오염된 공업 하천인 요하(Liaohe River) 하류의 게들보다 무려 50배나 높은 독성 수치를 기록했다.

플라스틱이 해양 최상층의 산업 독성 물질을 가장 농축된 캡슐 형태로 포장하여, 가장 취약한 심해 최심부 생명체들의 입속으로 배달하는 ‘트로이 목마’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 지구의 가장 깊은 상처가 인류에게 묻는 것

많은 이들이 심해를 물리적으로 격리된 ‘남의 세상’이라 여긴다. 지표면에서 쓰고 버린 일회용 컵과 비닐봉지가 강을 타고 바다로 흘러가 눈앞에서 사라지면, 그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착각하는 편리한 망각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마리아나 해구 수심 11,000m 바닥에 퇴적된 미세플라스틱 층은 그 망각이 얼마나 오만하고 기만적인지를 소름 끼치도록 명확하게 증명한다. 바다는 무한한 쓰레기통이 아니며, 우리가 무심코 버린 문명의 찌꺼기는 지구상 가장 깊고 어두운 심연까지 침투하여 그곳에서 묵묵히 제 몫의 삶을 살아가던 생명체들의 유전체와 장기를 파괴하고 있다.

신종 단각류의 학명에 ‘플라스티쿠스’라는 치욕적인 이름을 새겨 넣은 과학자들의 분노는, 이제 전 지구적 규제와 산업 생산의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으로 응답받아야 한다. 마리아나 해구 바닥에 가라앉은 비닐봉지는 단순한 해양 폐기물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경외심조차 잃어버린 인류가 지구의 가장 깊은 심장에 찍어 누른 가장 추악하고 지워지지 않는 낙인이다.

학술 참고 문헌

  • Jamieson, A. J., et al. (2017). “Bioaccumulation of 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in the deepest ocean fauna.” Nature Ecology & Evolution, 1(3), 0051.
  • Jamieson, A. J., et al. (2019). “Microplastics and synthetic particles ingested by deep-sea amphipods in six of the deepest marine ecosystems on Earth.” Royal Society Open Science, 6(2), 180667.
  • Weston, J. N., et al. (2020). “New species of Eurythenes (Crustacea: Amphipoda) from the Mariana Trench: A plastic-eating scavenger?” Zootaxa, 4748(1), 163-181.
  • Chiba, S., et al. (2018). “Human footprint in the abyss: 30 year records of deep-sea plastic debris.” Marine Policy, 96, 204-212.
  • Peng, X., et al. (2018). “Microplastics contaminate the deepest part of the world’s ocean.” Geochemical Perspectives Letters, 9, 1-5.

hankj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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