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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없는 마리아나해구에서 생물은 서로를 어떻게 감지할까?

hankj9 읽는 시간 약 16분

마리아나해구의 깊은 곳을 상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어둠일 것입니다.

태양빛이 도달하지 않는 깊은 바다에서는 우리가 육지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눈으로 주변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곳에도 생물은 살아갑니다.

먹이를 찾고, 다른 생물과 만나고, 위험을 피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빛이 거의 없는 마리아나해구에서 생물들은 서로의 존재를 어떻게 알아차릴까요?

정답은 하나가 아닙니다.

심해 생물은 주변의 화학적 신호, 물의 움직임, 접촉, 그리고 일부 생물이 만들어내는 빛 등 다양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하달대 생태계는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생물이 어떤 감각을 이용하는지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최근 연구들도 하달대가 여전히 지구에서 가장 덜 탐사된 생태계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합니다.

마리아나해구에서는 눈보다 다른 감각이 중요해질 수 있다

하달대(hadal zone)는 일반적으로 수심 6,000m보다 깊은 해양 환경을 가리킵니다.

이 영역은 햇빛이 없는 환경이며, 마리아나해구의 챌린저 해연은 이러한 하달대의 대표적인 지역입니다.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하달대가 생물이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탐사를 통해 다양한 생물군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다만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익숙한 얕은 바다의 생물처럼 주변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심해에서는 주변 환경에서 전달되는 다른 종류의 정보가 중요해집니다.

첫 번째 단서는 물속에 퍼지는 화학물질이다

어두운 바다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은 화학적 신호입니다.

육지에서는 냄새가 공기를 통해 퍼지지만, 바다에서는 다양한 화학물질이 물속에 녹아 이동합니다.

생물이 존재하거나 먹이가 주변에 있다면 물속의 화학적 환경에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를 감지할 수 있는 생물이라면 눈으로 직접 대상을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주변에 먹이나 다른 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하달대 단각류를 연구한 최근 문헌에서도 먹이가 설치된 카메라나 트랩에 단각류가 빠르게 모이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관찰됐으며, 이러한 먹이 탐지에서 화학적 감지(chemoreception)가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하달대 단각류는 여러 연구에서 중요한 청소동물(scavenger)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마리아나해구의 대표적인 단각류는 어떻게 먹이를 찾을까?

마리아나해구의 깊은 곳에서 잘 알려진 생물 가운데 하나가 Hirondellea gigas라는 단각류입니다.

이 생물은 챌린저 해연을 포함한 마리아나해구의 매우 깊은 곳에서 발견되며, 죽은 유기물을 먹는 청소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미끼를 설치한 심해 카메라와 트랩을 이용해 이와 같은 단각류가 먹이에 모이는 모습을 관찰해 왔습니다.

실제로 하달대 단각류는 미끼가 설치된 장소에 대규모로 모여들어 짧은 시간 안에 먹이를 소비하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이러한 관찰을 바탕으로 연구자들은 먼 거리에서 먹이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화학적 감지가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적어도 일부 하달대 생물에게는 “눈으로 먹이를 찾는다”기보다 물속에 퍼진 단서를 감지해 먹이가 있는 곳을 찾아가는 방식이 중요한 것입니다.

마리아나해구 단각류의 먹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마리아나해구에서 발견되는 단각류의 먹이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이들이 동물 사체뿐 아니라 다양한 유기물과 미생물성 물질을 이용한다는 증거가 확인됐습니다.

특히 마리아나해구에서 채집된 단각류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먹이원이 단순히 하나의 종류로 한정되지 않으며, 해양 표층에서 내려오는 유기물과 해저에 축적된 물질이 먹이망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심해 생물이 주변의 화학적 정보를 감지한다면, 그 신호는 단순히 “다른 생물이 있다”는 정보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먹을 만한 유기물이 주변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정보는 ‘물의 움직임’이다

어두운 곳에서는 눈으로 보지 못하더라도 움직임 자체는 주변 환경에 흔적을 남깁니다.

생물이 움직이면 주변의 물도 함께 움직입니다.

그 결과 미세한 흐름이나 물리적 자극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수중 생물 가운데는 이러한 물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감각기관을 가진 종들이 있습니다.

이를 이용하면 직접 상대방의 모습을 보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무언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서도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감각이 심해 생물 전반에서 중요하다는 사실과, 특정 마리아나해구 생물이 실제로 특정 상황에서 이를 사용한다는 사실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연구 수준에서는 모든 마리아나해구 생물이 물의 움직임을 이용해 서로를 찾는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시각 이외의 물리적 감각이 어두운 수중 환경에서 중요한 정보원이 될 수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세 번째 방법은 직접 만지는 것이다

멀리 있는 상대를 찾는 데에는 화학적 정보나 물의 움직임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가까워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직접 접촉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촉각을 이용하면 주변의 바닥이나 암석, 다른 생물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몸 주변에 촉각에 민감한 부속지를 가진 무척추동물에게 접촉은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심해 생물의 주변 탐색은 하나의 감각만 사용하는 과정이라기보다 화학적 정보 → 물리적 움직임 → 근거리 접촉처럼 여러 정보를 단계적으로 활용하는 과정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심해에서는 빛이 정말 전혀 없을까?

여기서 또 하나의 흥미로운 현상이 등장합니다.

바로 생물발광(bioluminescence)입니다.

생물발광은 생물이 자신의 몸에서 화학반응을 통해 빛을 만들어내는 현상입니다.

심해에서는 다양한 생물에서 생물발광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연구자들은 이를 먹이 포획, 포식자 회피, 위장, 번식 및 종간 신호 등 다양한 기능과 연결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생물발광의 기능이 모든 생물에서 동일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2024년 발표된 심해 생물발광 관련 리뷰에서도 생물발광은 다양한 생물군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활용되며, 어떤 경우에는 포식자를 막기 위한 방어 수단으로, 어떤 경우에는 먹이를 유인하거나 같은 종 사이의 신호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시됩니다.

빛을 만든다고 해서 반드시 ‘대화’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에서 심해 생물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 종종 “심해 생물들은 빛으로 서로 대화한다”는 식의 표현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조금 더 조심스럽게 표현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물발광이 실제로 시각적 신호로 이용되는 사례는 알려져 있지만, 모든 생물발광을 의사소통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어떤 생물에게 빛은 포식자를 피하기 위한 방어 수단일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생물에게는 먹이를 유인하는 장치일 수 있습니다.

일부 생물에서는 짝을 찾거나 같은 종을 인식하는 데 시각적 신호가 사용될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빛을 낸다”와 “상대에게 정보를 전달한다”는 개념은 연결될 수 있지만 항상 같은 의미는 아닙니다.

생물발광은 ‘어둠 속의 신호등’과 비슷할까?

비유적으로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하기 쉽습니다.

육지에서는 불빛 하나가 먼 거리에서도 위치 정보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심해에서도 생물발광이 특정한 상황에서 시각적 신호가 된다면 주변 생물에게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해의 생물발광은 인간이 사용하는 신호등과는 다릅니다.

빛의 색, 밝기, 지속시간, 발생 위치 등이 생물마다 다르고 그 기능 역시 다양합니다.

특히 실제 자연환경에서 생물이 어떤 빛을 보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직접 관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일부 기능은 아직 가설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마리아나해구에서 ‘서로를 감지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생물이 다른 생물을 감지한다고 해서 반드시 상대방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물속에서 특정 화학물질의 농도가 높아졌다면 “어딘가에 먹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의 움직임이 감지된다면 “근처에서 무언가 움직이고 있다”는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빛이 보인다면 “주변에 발광하는 생물이 있다”는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즉, 심해 생물은 상대방의 모습을 한 번에 확인하는 대신 여러 단서를 조합해 주변 상황을 추론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리아나해구의 생물들은 모두 같은 감각을 사용할까?

그렇지 않습니다.

마리아나해구에는 단각류뿐 아니라 다양한 무척추동물과 미생물 등이 존재하며, 생물마다 생활 방식과 감각기관이 다릅니다.

하달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생물군의 구성과 생태적 기능은 깊이와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마리아나해구 생물은 모두 냄새로 서로를 찾는다”거나 “모두 생물발광으로 의사소통한다”는 식의 표현은 과학적으로 지나친 일반화입니다.

현재 확인된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어둠이라는 공통된 환경 속에서도 생물마다 서로 다른 감각과 행동 전략을 사용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여러 감각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심해에서는 한 가지 감각만으로 주변 환경을 완전히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종류의 정보가 함께 사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감각 또는 신호감지하는 정보가능한 역할
화학적 감지물속에 녹아 있는 화학물질먹이 또는 생물의 존재를 탐지
물리적 감지물의 흐름과 움직임주변의 움직임 파악
촉각직접 접촉근거리 환경 확인
시각제한적인 빛 또는 생물발광발광 신호나 움직이는 대상 감지
생물발광생물이 만들어내는 빛포식·방어·번식·신호 등 종에 따라 다양

이 표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가능한 역할”입니다.

모든 심해 생물이 이 모든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며, 특정 종에서 실제로 어떤 감각이 어떤 행동에 사용되는지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합니다.

마리아나해구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

마리아나해구에서 발견되는 Hirondellea gigas는 심해 생물이 주변 환경에 얼마나 정교하게 적응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단각류는 챌린저 해연과 같은 극심한 수심에서 살아가며, 연구자들은 이 생물의 먹이와 소화 능력, 미생물과의 관계 등을 연구해 왔습니다.

특히 이 생물이 식물성 잔해의 성분까지 이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면서, 가장 깊은 해저에서도 유기물이 어떻게 생물의 먹이망으로 연결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Hirondellea gigas의 유전체를 분석한 연구도 발표되어, 마리아나해구 깊은 곳에 사는 이 생물의 적응과 개체군 특성을 더욱 자세하게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마리아나해구 연구는 단순히 “어떤 생물이 발견됐다”는 수준을 넘어 그 생물이 무엇을 감지하고, 무엇을 먹으며, 주변 환경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밝히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다

마리아나해구에 관한 연구가 크게 발전했지만 모든 것이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하달대는 직접 관찰과 장기간의 현장 실험이 어렵기 때문에 생물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연구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최근에도 연구자들은 새로운 센서와 심해 관측 기술을 개발하면서 하달대의 생태계와 생물학적 과정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2024년 Nature Review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하달대는 여전히 충분히 탐사되지 않은 환경이며, 새로운 센서 기술이 이러한 한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심해 관측 장비가 발전하면 지금까지 직접 확인하기 어려웠던 생물의 행동과 감각 사용 방식도 더 구체적으로 밝혀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론

빛이 거의 없는 마리아나해구에서 생물들은 단순히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물속에 퍼지는 화학적 단서, 주변의 물리적 움직임, 직접적인 접촉, 그리고 일부 생물이 만들어내는 빛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하달대 단각류의 연구에서는 먹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화학적 감지가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으며, 마리아나해구에 서식하는 Hirondellea gigas 역시 깊은 해저의 먹이망을 이해하는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생물발광 역시 심해에서 중요한 현상이지만, 그것을 모두 “생물끼리 대화하는 언어”라고 단순하게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종에 따라 먹이, 방어, 위장, 번식 또는 시각적 신호 등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마리아나해구의 어둠이 의미하는 것은 생물이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익숙한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주변 세계를 감지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에게 세상이 주로 ‘보이는 것’이라면, 심해 생물에게 세상은 어쩌면 물속에 퍼지는 화학적 흔적과 미세한 움직임, 접촉과 순간적인 빛으로 읽어내는 정보의 공간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직 그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가 마리아나해구를 연구해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참고 자료

  • Brinch-Iversen, L. (2024), Exploring the hadal zone with lab-on-chip sensors, Nature Reviews Earth & Environment.
  • Jamieson, A. J. et al. (2010), Hadal trenches: the ecology of the deepest places on Earth, Trends in Ecology & Evolution.
  • Wang et al. (2018), Diet change of hadal amphipods revealed by fatty acid profile: A close relationship with surface ocean, Deep-Sea Research.
  • Nunoura et al. (2018), Genome Reduction in Psychromonas Species within the Gut of an Amphipod from the Ocean’s Deepest Point, Frontiers in Microbiology.
  • Horstmann et al. (2023), Amphipoda from depths exceeding 6,000 meters revisited 60 years on, Journal of Crustacean Biology.
  • Collins & Bracken-Grissom (2024), The language of light: a review of bioluminescence in deep-sea decapod shrimps, Biological Reviews.
  • Haddock et al., Bioluminescence in the Sea, Annual Review of Marine Science.
  • NOAA Ocean Exploration, 심해 생물발광 관련 자료.

hankj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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