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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검은 감자가 부른 판도라의 상자: 심해 망간단괴 채굴 논쟁과 ‘암흑 산소’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

hankj9 읽는 시간 약 10분

전 세계가 내연기관을 버리고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을 외칠 때, 우리는 종종 거대한 모순에 직면한다. 배터리를 만들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을 채굴하기 위해 육상의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아이러니가 그것이다.

이때 글로벌 채굴 기업들과 일부 강대국들이 제시한 매력적인 탈출구가 바로 수심 4,000m 아래 심해 평원이다. 그곳에는 수억 년 동안 자라난 감자 모양의 금속 덩어리, 즉 ‘망간단괴(Polymetallic Nodules)’가 태평양 바닥 전체를 카펫처럼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언론과 산업계 보고서들은 이를 두고 “육상 채굴보다 탄소 배출이 적고 인권 침해가 없는 궁극의 친환경 배터리 원료”라는 장밋빛 찬사를 쏟아낸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프레임이 심각하게 왜곡된 ‘녹색 세탁(Greenwashing)’일 수 있다는 강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심해 망간단괴는 단순한 광물 자원이 아니라, 지난 수백만 년간 형성된 심해 생태계의 유일한 ‘단단한 기질’이자 최근 생물학계를 뒤흔든 ‘암흑 산소’의 발원지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채굴 지지파와 해양생태학계의 상반된 논문 데이터를 직접 대조하고, 이 파괴적인 자원 개발을 바라보는 필자 본인의 비판적 관점을 명확히 밝히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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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온-클리퍼턴 균열대(CCZ) 해저 평원에 분포한 망간단괴 실물 (출처: IFREMER / NOAA)

1. 바다 밑바닥에 굴러다니는 검은 황금: 형성 메커니즘과 자원량의 실체

하와이와 멕시코 사이, 면적만 무려 450만 ㎢에 달하는 거대한 심해 평원인 클라리온-클리퍼턴 균열대(Clarion-Clipperton Zone, 이하 CCZ) 바닥에는 수조 톤에 달하는 망간단괴가 흩어져 있다.

지질학적으로 망간단괴는 결코 빠르게 만들어지는 광물이 아니다.

  • 상어 이빨이나 미세한 암석 파편을 핵으로 삼아, 해수 속에 녹아 있던 망간, 철, 니켈, 구리, 코발트 등의 금속 수산화물이 미세 박테리아의 침전 작용을 거치며 양파 껍질처럼 층층이 달라붙는다.
  • 그 성장 속도는 100만 년에 고작 1~5mm에 불과하다.
  • 즉, 우리가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주먹만 한 망간단괴 하나는 인류의 기원보다 훨씬 이전인 수천만 년 전부터 심해저의 고요 속에서 천천히 구워진 ‘지질학적 타임캡슐’이다.

배터리 업계가 여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성분 구성 때문이다. CCZ 단괴에 매장된 니켈과 코발트의 양은 지구상 모든 육상 매장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전기차 1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배터리용 니켈과 망간을 가장 손쉽게 끌어올릴 수 있는 노천광산이 바다 밑바닥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2. 쟁점 1: ‘암흑 산소(Dark Oxygen)’ 발견의 충격과 배터리 이론 논쟁

최근 학계를 가장 거대한 충격에 빠뜨린 사건은 2024년 7월 영국 스코틀랜드 해양과학협회(SAMS)의 앤드루 스위트먼(Andrew Sweetman) 교수 연구팀이 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에 발표한 논문이었다.

[학계의 대립되는 두 시선]

  • 스위트먼 연구팀의 파격적 주장 (지오배터리 가설):연구진은 빛이 전혀 들지 않는 수심 4,000m CCZ 바닥에서 외부 개입 없이 산소($O_2$) 농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기현상을 챔버 실험으로 확인했다. 광합성이 불가능한 암흑 속에서 산소가 생성된다는 것은 생물학의 상식을 완전히 뒤흔든 발견이었다. 연구팀은 망간단괴 표면의 전압 차이를 측정한 결과 최대 0.95V의 전위차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단괴들이 서로 다닥다닥 붙어 클러스터를 이루면 전압이 직렬로 연결되어 바닷물을 전기 분해(전기 분해 필요 전압: 1.5V)하여 산소를 뿜어내는 ‘천연 지오배터리(Geobattery)’ 역할을 한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 산업계 및 채굴 찬성파의 반박:반면 심해 채굴을 추진하는 다국적 기업 TMC(The Metals Company) 측 연구진과 일부 전기화학자들은 이 연구 결과에 거세게 반발했다. 그들은 측정 장비의 센서 오류이거나 챔버 회수 과정에서 유입된 기포에 의한 위양성(False positive) 반응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천연 광물이 외부 전원 공급 없이 영구적으로 물을 분해해 산소를 방출한다는 것은 열역학 법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었다.

[필자의 비판적 분석 및 의견]

나는 이 논쟁에서 스위트먼 교수팀의 ‘암흑 산소 생성 현상’ 그 자체의 실재성에 훨씬 더 강력한 신빙성을 둔다.

연구진은 센서 교체와 복수 챔버 교차 검증을 수년에 걸쳐 반복 수행했으며, 완전히 독립된 관측 시스템에서도 동일한 산소 방출 피크가 검출되었다. 단괴 표면의 천연 전위차가 물을 분해하는 세부 전기화학적 촉매 메커니즘은 추가 규명이 필요하겠지만, “망간단괴가 심해 바닥의 무산소화를 막고 심해 저서 생물들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화학적 완충제 역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채 채굴을 강행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도박이다. 만약 이 단괴들을 바닥에서 긁어내 버린다면, 우리는 심해 생명 유지 시스템의 핵심 부품을 영구히 파괴하는 꼴이 될 수 있다.

3. 쟁점 2: 심해 저인망식 채굴의 불가역적 파괴 vs 육상 채굴 대체론

채굴 기업들은 초대형 중장비를 바다 밑바닥으로 내려보내 진공청소기처럼 해저면을 긁어모은 뒤, 파이프를 통해 수면 위의 채굴선으로 단괴를 빨아올리는 방식을 준비 중이다.

[채굴 지지파의 논리: “육상보다 심해가 낫다”]

  •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을 벌채하고 원주민을 쫓아내며 코발트를 캐는 육상 광산에 비해, 사람이 살지 않는 심해는 산림 파괴나 인권 침해 이슈가 없다.
  • 중장비로 단괴를 긁어올리는 것이 육상 채굴보다 탄소 발자국이 최대 40% 이상 적다는 라이프사이클 평가(LCA)를 근거로 든다.

[해양학계의 반론: “회복에 수백만 년이 걸리는 참사”]

  • CCZ 해저 평원은 부드러운 퇴적층으로 덮여 있어, 수십 톤짜리 중장비가 지나가는 순간 극도로 취약한 해저 표토가 짓밟힌다.
  • 실제로 1989년 독일 연구팀이 남태평양에서 진행한 소규모 모의 채굴 실험(DISCOL) 현장을 30년이 지난 2019년에 재방문했을 때, 트랙터 바퀴 자국은 30년 전 모습 그대로 선명하게 남아 있었고 생태계는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
  • 단괴를 빨아올린 후 남은 진흙과 미세 부유물질을 다시 바다로 뿜어내는 ‘퇴적물 플룸(Sediment plume)’은 수백 킬로미터로 퍼져나가 중층과 심해 생물들의 아가미를 틀어막고 여과 섭식 기관을 파괴한다.

[필자의 비판적 분석 및 의견]

“사람이 살지 않으니 심해를 파괴해도 된다”는 채굴 업계의 논리는 전형적인 시각적 은폐에 기반한 기만이다.

망간단괴가 놓여 있는 심해저 평원은 얼핏 황량해 보이지만, 단괴 표면에만 특이적으로 고정되어 살아가는 심해 유리해면류, 산호, 그리고 단괴 틈에 알을 낳는 심해 문어(고스트 옥토퍼스) 등 수천 종의 고유 생물들의 유일한 보금자리다. 단괴가 한번 제거되면 다시 생성되는 데 수백만 년이 걸리므로, 이는 벌목된 나무를 다시 심는 육상 생태계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영구적 멸종’을 의미한다.

또한 채굴 기업들이 주장하는 탄소 저감론은, 심해 바닥에 격리되어 있던 막대한 양의 해저 탄소가 대규모 흡입 및 교란 과정에서 해수로 재용해되어 해양 산성화를 가속화할 잠재적 위험성을 철저히 계산에서 누락시키고 있다.

결론: 친환경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약탈을 멈춰야 한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배터리가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우리가 아직 그 존재와 메커니즘의 1%도 이해하지 못한 심해의 고대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자해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국제해저기구(ISA)가 상업적 채굴 규제 코드를 놓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수십 개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심해 채굴 유예(Moratorium)’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나 역시 이 유예 조치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확신한다.

배터리 광물이 부족하다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술의 고도화와 LFP(리튬인산철), 나트륨 이온 배터리 같은 대체 화학 소재의 개발로 돌파구를 찾아야지, 40억 년 동안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았던 지구 최후의 성소를 파헤쳐서는 안 된다. 심해 바닥의 검은 감자들은 우리에게 에너지 전환을 재촉하는 황금이 아니라, 자연을 대하는 인류의 윤리적 한계를 시험하는 가장 무거운 경고장이다.

학술 참고 문헌

  • Sweetman, A. K., et al. (2024). “Evidence of dark oxygen production at the abyssal seafloor.” Nature Geoscience, 17, 737–739.
  • Simon-Lledó, E., et al. (2019). “Biological turnover in a deep-sea seabed mining simulation (DISCOL) area after 26 years.” Scientific Reports, 9(1), 1-11.
  • Amon, D. J., et al. (2016). “Insights into the abundance and diversity of abyssal megafauna in a polymetallic-nodule exploration area in the eastern Clarion-Clipperton Zone.” Scientific Reports, 6, 30492.
  • Vanreusel, A., et al. (2016). “Threatened by mining: polymetallic nodules are required to preserve abyssal epifauna.” Scientific Reports, 6, 26808.
  • Paul, K., et al. (2021). “The environmental impacts of deep-sea mining: A comprehensive review.” Frontiers in Marine Science, 8, 71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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